숲길 조성한다더니, “컨테이너 11개 분량 벌목” 고시로 타당성 평가 피할 길 열어 준 산림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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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길 조성한다더니, “컨테이너 11개 분량 벌목” 고시로 타당성 평가 피할 길 열어 준 산림청

문금주, “법률에 맞게 타당성 평가 예외 사유 제한하고 벌목등 전수조사해야”

[한국저널뉴스] 법으로 의무화된 생태계 영향 등에 대한 타당성 평가 없이 진행된 숲길 공사 구간이 270km가 넘는 것으로 확인됐다. 벌목량도 컨테이너 11개 분량에 달했다. 주무관청인 산림청은 지자체들이 법에 따른 타당성 평가를 시행했는지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가 국회가 자료를 요청하자 파악에 들어갔다.

문금주 의원실(고흥·보성·장흥·강진,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이 산림청을 통해 전국 지자체로부터 취합한 자료에 따르면 2020년 이후 진행된 숲길조성사업 174건 중 120건이 타당성 평가 없이 진행됐다. 타당성 평가 없이 공사가 진행된 숲길 구간은 276km에 이른다. 여의도에서 광주까지 이르는 거리에 해당하는 숲길에 대해 생태계 영향, 산림 보호 방안에 대한 검증도 없이 공사가 이뤄진 것이다.

숲길조성사업은 「산림문화·휴양에 관한 법률」(이하 ‘산림휴양법’)에 따라 추진되는 사업으로 산림에 등산·트레킹·휴양 등 목적의 숲길을 만드는 사업이다. 2019년까지 산림청의 지자체 보조사업으로 진행되다가 2020년 지방자치단체로 이양되어 지자체 직접 사업으로 추진되고 있다. 같은 해 국회는 숲길조성사업의 지방이양 시 산림의 무분별한 난개발·훼손을 막기 위해 생태계와 지역사회 영향 등에 관한 타당성 평가를 의무적으로 하도록 산림휴양법을 개정했다.

그러나 산림청은 행정규칙인 고시를 통해 법률이 정한 타당성 평가 의무를 지자체들이 회피할 수 있는 통로를 열어줬다. 산림청은 법적 근거가 없음에도 고시인 「숲길조성계획 타당성 평가 세부기준」 제4조를 통해 추정 공사금액 5천만 원 이하 또는 2km이하의 숲길구간 등에 대해 타당성 평가를 생략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그 결과 숲길조성사업의 2km이하 규모 연평균 사업 수는 ‘20년 지방이양 이전 4.3건에서 ’20년 이후 16.3건으로 폭증하고, 전체 사업에서 2km이하 규모 사업이 차지하는 비중도 같은 기간 24.3%에서 56.3%로 2배 넘게 늘어났다.

타당성 평가 없이 실시한 사업 중에는 산림을 벌목한 사례도 다수 확인됐다. 영양 오십봉(37.5㎥), 지리산 호수공원(86㎥), 양양 해안생태탐방로(35㎥), 구례 용방죽정(41㎥), 평창 청옥산(16.9㎥) 등 16개 사업에서 총 362㎥의 나무가 벌목되었다. 20피트 컨테이너 11개 분량 나무가 타당성 평가도 없이 벌목된 것이다.

문금주 의원은 “법률에 맞게 숲길 공사 시 고시의 타당성 평가 예외사유를 엄격히 제한해야 한다”며 “2020년 이후 실시된 숲길조성사업 추진 과정에서 산림 벌목, 난개발 등 취지에 맞지 않는 사업이 이뤄졌는지 전수조사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윤규진 기자 kor741@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