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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이 있는 노트에 베트남 말로 또박또박 편지를 써 내려간 김나영(15, 가명) 학생은, 베트남에서 13년 동안 살다가 3년 전 입국했고, 올해 2월 전입신고와 함께 영암군민이 됐다.
김 양이 편지를 쓴 이유는 “제게 여러 번 오셔서 많은 것들을 도와주시는 영암군청 사례관리사 선생님께 감사하다고 말하고 싶어서”다.
한국인 아버지와 베트남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김 양은, 3살 무렵 부모의 이혼으로 외가인 베트남에 보내졌다.
한국에서 교육을 받으며 성장하길 원한 어머니의 바람으로 2022년 한국에 돌아왔지만, 아버지의 건강, 어머니의 경제적 형편 등으로 의무교육도 받지 못하며 위기 속에 방치되다시피 했다.
김 양은 편지에서 “저는 집 밖에 나가지 않았고, 학교에 다니지도 않았습니다. …한국말을 못해 밖에 나가는게 무섭고, 학교 다닐 수 있는 형편도 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로 당시를 설명했다.
사정을 알게 된 영암군은 김 양을 통합사례관리 대상자로 등록, 통합사례관리사를 가정에 보내 욕구 조사를 실시했다.
김 양의 요구를 바탕으로 긴급생계비 지원, 중학교 입학, 주거비 연계 등 한국인으로 누려야 할 사회적 기본권 보장에 나섰다.
김 양은 영암군의 통합사례관리 이후의 변화를 “…학교에도 가고 외출도 하면서 화장품도 사고 친구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영암군으로 이사 온 후에 학교에 가고, 집도 생기고, 생활비도 주셔서 우리 가족은 여기서 계속 살 수 있을 것 같습니다”로 표현했다.
편지 곳곳에 “감사합니다”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는 말을 반복한 김 양은, 편지 마지막에 자신이 받은 복지를 다른 아이들도 받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미래에 다른 어린 친구들이 학교에 갈 기회도 있고 안전하고 사랑으로 가득찬 환경에서 살 수 있도록 이런 프로그램들이 많이 있기를 바랍니다.”
한 기초지자체의 통합사례관리가 위기의 청소년에게 한국인의 권리를 찾아주며 꿈과 희망으로 나아갈 길을 열어줬다.
윤규진 기자 kor741@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