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태일 문학축전은 곡성 출신의 시인 조태일(1941~1999)을 기리기 위해 곡성군과 (사)죽형조태일시인기념사업회가 공동으로 주최한다. 조태일 시인은 불의에 맞서 서슬 퍼런 언어로 정치모순과 사회현실에 온몸으로 저항했던 시인이며 자연과의 교감을 빼어난 서정시로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고 있다.
이번 문학축전은 시인의 24주기(양력 9월 7일)를 맞아 ‘저 혼에까지 저 숨결에까지 닿도록’을 주제로 열린다. 석곡지역아동센터 어린이로 구성된 죽동농악 사물놀이를 시작으로 시 낭송과 공연 등 다채로운 무대가 진행될 예정이다.
소프라노 송주혜, 테너 최호림이 조태일 시인의 '물·바람·빛-국토11' 등을 부르고, 전라북도 무형문화재 제2호 적벽가 이수자인 이용선이 '쑥대머리', '사랑가' 등을 들려준다. 또한 김수이 문학평론가가 이야기 손님이 되어 자본의 폭력과 기후 위기로 초토화되어가고 있는 시대에 우리 시사에 강렬하게 각인된 조태일 시인의 삶과 작품 세계를 이야기한다.
‘그림 그리는 시인’으로 알려진 김주대 시인은 조태일 시인의 시 '길'을 문인화로 선보인다. 또한 이봉환, 최승권 시인의 시 낭송을 비롯해 김귀숙, 이은아 낭송가가 조태일 시인의 대표 시 '가거도'를 낭송할 예정이다. 이 밖에도 조태일 시인 대표작과 박남준, 손택수, 이대흠 등 역대 조태일문학상 수상 시인 작품을 비롯한 전국 시인들의 시 50여 편을 상설 전시한다.
제5회 조태일문학상에는 고재종 시인의 ≪독각≫(문연 간)과 최두석 시인의 ≪두루미의 잠≫(문학과 지성사 간)이 공동 수상했다.
주최 측 관계자는 “마지막까지 긴장감 높은 토론과 논쟁이 이어졌다. 고심 끝에 3인의 본심 심사위원은 끝내 우열을 가리는 일이 무의미하다고 판단하고 두 권의 시집을 수상작으로 결정하는 데 심사위원들이 극적으로 합의했다.”고 말했다.
심사위원회의 A 위원은 “고재종 시인의 ≪독각(獨覺)≫은 삶의 자세이자 방법이며 목표를 의미한다. 인간이 자연을 학살하며 잃어버린 것은 이렇듯 텅 비어 충만한 독각의 순간일 것이다. 자연이라는 ‘무한경전’을 통해 현대인과 현대문명을 되살릴 ‘자연의 리얼리즘’을 구축해온 ≪독각≫에서 그 절정의 서사를 들려주면서 자신의 시 세계를 한 번 더 드높인다.”고 평가했다.
또한 최두석 시인의 ≪두루미의 잠≫에 관하여는 이렇게 평가했다. “지금 시와 시인이 할 일은 ‘생명들을 겸허히 만나고 숨소리를 녹취하는 일’이라고 믿는다. 자연의 생명들과 온전히 마주하기 위해 ‘인간’을 최소화하고 ‘시인’마저 축소하려는 최두석의 작업은 소박한 시의 형상으로 표현되지만, 그 내막은 쓰라리고 깊다. 이 쓰라림이 우리 모두 계속 절감해내야 할 것임을 깨우치는 ≪두루미의 잠≫은 위대한 단순성의 풍경을 예시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번 조태일문학상은 지난 5월 1일부터 6월 30일까지 공모와 추천을 통해 접수된 시집을 대상으로 심사가 진행됐다. 예심에는 김대현(문학평론가), 김병호(시인), 남승원(문학평론가), 본심에는 김정환(시인), 임동확(시인), 김수이(문학평론가)가 참여했다. 수상자는 상패와 총상금 2천만 원, 조태일 시인의 대표 시 '국토서시'를 새긴 정병례 전각가의 전각 작품을 부상으로 받는다.
조태일 시인은 곡성 태안사에서 대처승의 7남매 중 넷째로 태어났고, 광주서중, 광주고, 경희대를 졸업했다. 1964년 경향신문 신춘문예에 당선돼 문단에 나왔고, 시집 ≪아침선박≫, ≪식칼론≫, ≪국토≫, ≪자유가 시인더러≫, ≪산속에서 꽃속에서≫, ≪풀꽃은 꺾이지 않는다≫, ≪혼자 타오르고 있었네≫ 등을 펴냈다. 1969년 ≪시인≫지를 창간한 이래 김지하, 양성우, 김준태, 박남준 시인 등을 발굴했다.
1980년 신군부가 계엄령 전국 확대에 앞서 감금한 예비 검속자에 포함돼 수감생활을 하는 등 표현의 자유와 민주화를 위해 앞장선 대표적인 민족․민중시인이다. 1989년부터 광주대에서 후학을 양성했으며, 1999년 9월 7일 간암으로 작고했다. 편운문학상, 만해문학상 등을 수상했고, 보관문화훈장이 추서됐다.
축전 참석자들의 교통 편의를 위해 오는 9일 13시 30분에 국립아시아문화전당 부설주차장(광주 동구 서석동)에서 전세버스가 운행된다. 그 외 자세한 사항은 광주전남작가회의로 문의하면 된다.
정처칠 기자 honaminnews@naver.com